어닝쇼크에도 확고한 FI 눈높이…케이뱅크 상장 '가시밭길'
금융·증권
입력 2025-05-31 08:00:05
수정 2025-05-31 08:00:05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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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당기순익 68%↓…3사 중 나홀로 역성장
오는 10월 업비트 단독 제휴사 계약만료도 우려
최대주주 BC카드 유동성 빨간불…"시장친화적인 강수둘 수도"

[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삼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만큼 케이뱅크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다음달 안에 제안서와 PT평가를 통해 최종 주관사단 확정에 나선다.
MBK파트너스 등 FI들과 맺은 약정상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재수 도전 당시 주관사단 선정부터 기관 수요예측 돌입까진 약 10개월 가량 걸렸다. 유사한 타임라인을 따르지 않을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8~9개월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다만, 케이뱅크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상황은 아니다. 조단위급 대어(DN솔루션즈·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이은 상장 무산 등 심상치 않은 시장 분위기는 차치하더라도, 케이뱅크 자체의 역량·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향후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FI와 공모주 투자자를 모두 납득시킬 수 있는 기업가치에 대한 의문이 깊은 국면.
문제는 실적이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16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68.2% 추락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1374억원)와 토스뱅크(187억원)는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나홀로 '어닝쇼크'다.
케이뱅크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단독 제휴사다. 올해 1분기 수신잔액 가운데 업비트 예치금이 20%(19.7%·5조3600억원)로 수익 의존도가 높다. 오는 10월 업비트(두나무)와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예치금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인출돼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면서 케이뱅크가 휘청일 수 있다는 의미다. 관련 내용은 지난 증권신고서에도 적혀있다.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가상자산 예치금에 대해 지급하는 이용료율이 기존 0.1%에서 2.1%로 무려 21배 상향되면서 손익에 상당한 부담을 가하기도 했다. 저원가성 예금 역할을 했던 업비트 예치금 이용료가 21배 뛴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게대출 조이기' 기조에 따라 대출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예금만 늘고 대출은 제약된 셈이다. 예대금리차 증가로 타행들의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과 반대로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등 시장 악재가 켜켜이 쌓이면서 수익성 악화로 귀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을 포함한 서민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금도 케이뱅크는 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미달이다. 올해부터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가 신규 취급액 기준 30% 이상으로 설정됐으나, 케이뱅크의 1분기 비중은 26.3%로 이를 하회한다. 해당 대출 확대는 대손충당금과 비례하기 때문인데, IPO과정의 핵심인 회사 건전성과 실적에 부정적으로 적용하는 요인 중 하나다.
더구나 FI들이 원하는 몸값까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회사의 묘수도, 맞춰줄 증권사(하우스)도 마땅치 않은 분위기가 짙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BC카드는 지난 2021년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할 당시 투자자 유치를 위해 7250억원에 대해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 신한대체투자운용 등 FI들과 상장시한과 내부수익률(IRR) 등을 담은 적격상장요건 조항을 붙였다. 연 8%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조건과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동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등이다.
케이뱅크의 상장 도전이 번번이 실패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지난해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밴드) 최하단 미만의 성적표를 받아든 FI들은 IRR 조항을 근거로 상장을 반대하기도 했다. 패인으론 낮은 할인율과 상장 후 유통물량 부담 등을 고려하지 않은 '높은 몸값'이 지목된다. 공모 물량 중 절반(4200만주)이 구주매출로 비중이 높은 편인 데다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이 37%에 달하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우려가 제기됐지만 FI들의 눈높이를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높은 몸값을 소화할 하우스도 한정적인 형편이다. ECM(주식자본시장) '빅5' 중 3개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가 케이뱅크의 경쟁사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주관사를 맡고 있어 이해 상충 이슈가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거론되고 있으나 FI와의 약정으로 인해 공모 구조에 제약이 있는 데다, 규제와 인가를 받는 금융업 특성상 차별화한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높은 몸값을 제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번에도 지난 코스피 상장 시도 당시와 유사한 수준(시가총액 약 3조9586~5조원)을 고수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상장 연기와 철회로 오히려 장외시장에선 기업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사정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주가는 전거래일 675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총 발행주식수를 고려한 시가총액은 2조5359억원이다. 처음 상장을 추진했던 지난 2022년엔 주당 2만2000원대, 시총이 8조원대에 이른 바 있었으나 3년새 급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대주주인 BC카드의 자본 건전성과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까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선 서울보증보험처럼 공모가를 낮추는 등 시장 친화적인 강수를 내놓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방안이 IPO뿐이었던 서울보증보험도 공모가를 낮추고 예금보험공사의 락업(보호예수) 기간을 1년 늘리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조정을 통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한 바 있다./bo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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