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구 와?”…라인업에 따라 성패 갈리는 대학 축제의 그늘
경제·산업
입력 2025-05-24 08:00:04
수정 2025-05-24 08:00:04
진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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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증·민증·아이디 등 총동원하면 막을 방법 없어
대학생 10명 중 7명 “축제에 연예인 초청해야 한다”
전문가 “대학 축제 본연 역할 왜곡·상대적 박탈감 경험”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축제 기간만 되면 암표 거래가 가장 골머리를 앓아요. 저희가 여러 가지 방법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작정하고 거래를 해버리면 사실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작년 축제 담당자였던 한 총학생회 관계자는 축제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취재진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학생증과 민증, 학교 아이디까지 총동원해서 신분확인을 진행하지만, 거래자가 서로 만나 해당 정보를 모두 양도하고, 추후 다시 돌려주는 방식을 사용해버리면, 관계자 역시 막아낼 도리가 없다는 것. 축제 시즌만 되면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학 축제 티켓 양도’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왔다.

◇ 암행어사·홈마존 마련 등 총력전에도 해결 안돼
학생들 간의 화합과 공동체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 축제가 최근 '유명 연예인 모시기' 경쟁 양상이 치열해지면서 축제 본연의 역할이 변질되고 있다.
먼저 축제 입장을 노린 암표 거래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현재 주요 대학들은 학교별로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연세대에 따르면 응원단은 '아카라카(연세대 축제)'의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응원단원들이 일반 구매자로 가장해 암표 판매자의 전화번호나 이름을 파악한 뒤, 이를 티켓 당첨자 정보와 대조해 해당 티켓을 무효화하는 방식이다.
작년부터는 실물 티켓을 배부하는 대신 당첨자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모바일 티켓을 전송하고, 축제 입장 시 해당 화면을 제시하도록 입장 방식을 변경했다. 제3자에게 티켓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이 같은 조치를 피해 가기 위해 공기계(별도 스마트폰)까지 동원해 암표를 거래하고 있었다. 티켓 판매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공기계에 일시적으로 옮긴 뒤, 이를 구매자에게 넘겨 입장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입장 시 신분 확인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판매자의 신분증까지 함께 빌려주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티켓 암표 거래 상황을 목격한 고려대학교 재학생 좌현진 씨(여·25세)는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인근에서 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을 넘겨주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넘겨받는 이들 중에서는 일반인도 있었지만, 주로 대포 카메라(77구경 이상의 렌즈로 주로 아이돌 직캠영상이나 사진 등을 촬영하는데 주력으로 쓰임)나 응원봉, 플래카드 등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이돌이나 유명연예인이 많이 오는 대학 축제 특성상 재학생과 인근 주민 외에도 팬이나 홈마(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로 단순한 팬을 넘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직접 촬영해 홈페이지나 SNS에 올리는 이들)들이 몰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체육대학교 측에선 배치도에 '홈마존(홈마 구역)을 만들었다. 홈마는 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로 단순한 팬을 넘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직접 촬영해 홈페이지나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이들을 말한다. 그러나 홈마존의 배치가 무대의 정반대 편으로, 취식존보다도 멀리 위치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 지출부담·사고위험도 등 부작용 커…상대적 박탈감까지
대학교들이 축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부산대는 1년 치 학생 활동 지원 예산(4억7000만원) 가운데 3억 원(63.8%)을 축제에 쓴다. 다른 학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대(1억1000만 원), 부경대(1억9000만 원) 등 국립대의 축제 예산도 1억원을 넘겼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상급 연예인 한 팀을 섭외하는 데 통상 3000만~5000만원 정도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1년치 학생회비 절반 이상을 축제 하루 이틀에 모두 소진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대학교 축제 예산은 대학에서 교부하는 교비와 학생들의 자치회비 등으로 마련되는데, 억대 예산의 대부분이 연예인 섭외에 집중되면, 학생 복지나 장학금, 동아리 활동 등 실질적인 학생 지원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에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엇갈렸다. 과도하게 발생하는 축제 예산이 과도하게 책정돼 학생회비가 정작 학생들을 위한 예산으로 쓰이지 못해 우려하는 목소리와 대학 축제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유명 연예인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으로 갈리는 것이다.

한 지방 사립대 재학생 A씨는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축제를 가지 않는데 학생회비 대부분이 대학 축제에 쓰이는 것을 보고 달갑지 않았다"며 "가지 않는 학생들은 축제보다 식비 등 실질적인 지원을 더 바란다”고 했다.
반면 수도권 사립대 출신 졸업생 B씨는 “유명 연예인 콘서트나 공연은 티켓팅도 치열하고 가격대도 비싸서 자주 보기 쉽지 않은데 대학 축제에서는 무료거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으니 만족했다”고 말했다.
통계자료에서 대학교 축제에 유명 연예인 초청을 바라는 대학생들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내일에서 조사한 ‘대학교 축제에 대한 20대 대학생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92.3%가 ‘대학 축제에 연예인 초정은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 축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으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52.0%)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택했다.
이에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연예인 초청을 바라는 학생과 축제 본연의 역할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의 의견을 둘다 존중해 이들간의 간극을 줄이는 방안을 관계자들이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며 “사립대나 수도권 대학들은 연예인 섭외나 초청이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지방 대학이나 소규모 학교들은 유명 연예인 초청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인해, 축제에서마저 대학 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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