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양극화”…‘프리미엄 다이닝’과 ‘천원 밥상’의 괴리
경제·산업
입력 2025-05-24 08:00:04
수정 2025-05-24 08:00:04
유여온 기자
0개
‘프리미엄 다이닝’ 수요 증가…호텔업계, 멤버십 확대
"외식과 가격 격차 좁혀진 탓"…스몰럭셔리 인기 여전
'천원의 아침밥' 찾는 대학생…초저가 편의점 상품 인기

[서울경제TV=유여온 인턴기자] 요즘 SNS에서는 다시 파인다이닝 붐이 일고 있다. 흑백요리사로 유명한 안성재 셰프의 '모수'는 1인당 42만 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인기다. 정시에 대기했는데도 또 신청에 실패했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온다.
그런 한편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천원의 아침밥'을 찾는 대학생들, 초저가·초가성비 상품으로 몰리는 일반 소비자들의 얘기다. ‘프리미엄 다이닝’과 ‘천원 밥상’의 간극. 밥상에도 양극화가 드리운 현실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더 피부로 와닿는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간 소득 격차는 2억 32만 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 심화되어가는 소득 불평등 속에서 각자의 밥 한 끼가 지니는 가치는 얼마나 다를까.

◇ ‘프리미엄 다이닝’ 수요 증가…호텔업계, 멤버십 상품 확대
높아진 수요에 발맞춰, 최근 국내 프리미엄 호텔들은 '다이닝 멤버십'을 확대하고 있다. 고객들의 멤버십 혜택 사용처가 객실보다 '다이닝'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호텔신라의 경우 멤버십 '신라에스'를 객실형과 다이닝형으로 나눠 운영하는데, 레스토랑 이용권을 제공하는 다이닝형 선택 비중이 60%에 달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또한 식음 매장에서의 멤버십 사용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호텔업계의 다이닝 멤버십 가입자 수는 매월 목표치를 상회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자연히 멤버십 상품군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콘래드 서울'은 연회비 등급을 새롭게 추가했다. 기존의 플래티넘(120만원대)과 블랙(60만원대) 사이에 중간 가격대 '루비(연회비 90만원대)'를 새롭게 도입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60만 원대부터 500만 원대까지 4가지 등급의 멤버십을 내놨다. 호텔 멤버십치고는 비교적 저렴한(60만원) 가격대를 포함해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포시즌스호텔서울 또한 다이닝 전용 멤버십에 가격대를 대폭 낮춘 '사파이어' 타입을 추가했다. 기존 루비(60만원대)와 블랙다이아몬드(90만원대)의 경우, 1년 단위로 결제해 한 번에 출혈이 크지만, 사파이어 타입은 6개월에 20만원 중반대로 지불 부담이 적은 편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호텔'이라고 하면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일반 외식비와 점점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모양새"라며, "중간 가격대 신설을 통해 고객 유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캉스처럼 호텔 다이닝도 점점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호텔 다이닝 인기는 단순 SNS나 과시소비 때문만이 아니다. 처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일반 외식비보다 크지만, 음식의 질이나 경험 측면을 고루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지가 많아져 자연히 수요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 "외식과 가격 격차 좁혀진 탓"…스몰럭셔리 인기 여전
이같은 고급미식에 대한 수요는 스몰럭셔리의 대표 '호텔 빙수'로 이어진다. 국내 프리미엄 호텔에서 판매하는 빙수는 10만 원 안팎으로 오른지 오래다. 일반 빙수의 10배가량 높은 가격이지만 매년 여름만 되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실제 지난해 서울 시내 호텔들의 빙수 가격을 살펴보면, 가장 저렴한 망고 빙수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멜론 망고 빙수'로 7만 3000원, 가장 비싼 것은 시그니엘서울의 13만원짜리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 빙수'였다. 올해는 이보다 비싼 14만 9000원의 빙수를 포시즌스호텔이 내놨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굳이 호텔에서 빙수를 사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년 빙수를 먹기 위해 여러 호텔을 방문한다는 한 20대 고객은 "요즘 외식값이 비싸져서 차라리 좀 더 주고 비싼데서 기분도 내려한다."며, "빙수 맛이 아닌 호텔에 있는 경험과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 '천원의 아침밥' 찾는 대학생…초저가 편의점 상품 인기
그런 한편, 차라리 한푼이라도 더 저렴하게 한 끼를 소화하기 위해 기나긴 대기줄을 서는 이들도 있다.
매일 아침 8시. 이 시간만 되면 단돈 천 원에 끼니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이 교내 식당에 긴 줄을 이룬다. 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청년 복지사업,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다. 전국 200여 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은 기대 이상의 이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고물가로 밥값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최저시급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규칙적인 시간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달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김밥과 삼계탕 등 이른바 '서민 음식' 외식비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기준 김밥 한 줄의 평균가는 3623원으로 3월(3600원) 대비 0.6% 인상됐고, 칼국수는 1.6% 오른 9615원에, 삼계탕은 0.9% 오른 1만 7500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삼겹살(200g 기준)도 2만 447원으로 전월 대비 171원 올랐다. 대표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5개의 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처럼 외식비가 상승하며 서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잇따라 '초저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10원, 1원 단위까지 가격을 낮추며 조금이라도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열심이다. 편의점 업계가 대표적이다. CU는 '1000원 이하' 초저가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5년 만에 재등장한 990원짜리 삼각김밥에 이어 990원 아메리카노, 880원 컵라면 등 이 같은 초저가 제품들은 730만 개 넘는 누적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GS25도 초가성비 제품을 늘렸는데, 지난해 출시한 550원짜리 리얼소고기라면과 500∼800원짜리 리얼프라이스 아이스크림은 각각 90만 개, 250만 개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가 마진을 최대한 줄이면서까지 '가격 경쟁력'에 뛰어든 이유는 그만큼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3.8로 5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도는 중이다. 경기 침체로 불황형 소비가 확산됨에 따라, 일제히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택하는 모양새다. '초저가·초가성비' 상품들의 경우, 판매량이 안정적일뿐더러 최근 들어 고객 유입 효과도 눈에 띄게 커졌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가격 조건을 더 깐깐하게 따져 묻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990원 삼각김밥'·'천원의 아침밥' 등 저렴한 한 끼와 '호텔 다이닝'·'망고 빙수'로 대표되는 '화려한 한 끼'. 식문화에 드리운 양극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yeo-on0310@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 "아이돌 누구 와?”…라인업에 따라 성패 갈리는 대학 축제의 그늘
- "1g 금 꽃다발 등장"… 금값 폭등에 대세된 저중량 금 제품
- 술 따르면 붉어지는 선비 얼굴...'뮷즈' 없어서 못판다
- “큰손 잡아라”…中 전기차 시장 공략 나선 글로벌 車 업계
- 外心 잡아라…외국인 고객 모시기 나선 은행권
- 라면 체험공간부터 키링까지…글로벌 소비자 공략 나선 농심
- '하이럭셔리'만 살아남는다…심화되는 명품 업계 양극화
- “아, 미리 사둘걸!”…1000원 넘긴 엔화, 1100원 넘길까
- 한국 사로잡은 日 문화…일본에선 韓流가 대세
- 역성장에도...현대차 수소車 도전 계속된다
주요뉴스
오늘의 날씨
마포구 상암동℃
강수확률 %
기획/취재
주간 TOP뉴스
- 1전통이 피워낸 불꽃의 향연, 무주 안성 낙화놀이 축제
- 2美 트럼프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4배로 늘릴 것"
- 3美 바이든이 불허한 '일본제철 US스틸 인수'…트럼프가 승인했다
- 4주유소 기름값 2주 연속 소폭 하락…전국 평균 판매가 1635.8원
- 5비트코인, 무너진 11만 달러선…美 트럼프 관세전쟁 재점화 조짐 영향
- 6KDB생명, 자본잠식 현실화…산은 올해도 자본 투입 추진
- 7'인적분할' 삼바…증권가는 "주가는 좀 더 지켜봐야"
- 8'AI 기본법' 시행 앞두고 게임 업계 '긴장'
- 9삼성전자, ‘갤S25 엣지’ 출격…초슬림폰 시장 잡는다
- 10내주 1428가구 분양…"건설사 분양 일정 조율"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