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운동화 착용 보편화될까…첫 체력시험 도입 눈길
경제·산업
입력 2025-03-29 08:00:09
수정 2025-03-29 08:00:09
고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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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의 안전 책임지기 위해 편한 운동화 착용 절실
이미 운동화부터 넉넉한 유니폼까지 마련한 항공사들
국내 최초 승무원 자체 체력시험 도입한 이스타항공

[서울경제TV=고원희 인턴기자] “굽이 낮아도 구두를 신고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발목을 접질리는 동료들이 종종 있어요”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A 씨는 구두를 신고 일했을 때 부상 등 어려움을 겪을 뻔했던 주변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비행기 탑승구나 주기장에서 스텝카를 이용해 기내 안에 들어갈 때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제일 굽이 낮은(3cm 굽) 구두를 신어도 활동성이 떨어지며 직원들이 다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적어도 신발만은 운동화처럼 더 편한 신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편해지기 위해서 아냐"…오랫동안 승객 안전 책임지고 싶은 승무원
지난 7일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등이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을 선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측은 승무원들이 장시간 비행을 할 때 하루 1만5000보에서 2만보 이상 구두를 신고 일하는데, 그 결과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여성노동자의 심각한 건강 침해만이 아닌 승객들의 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며 "안전한 운동화를 신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들어 더 자주 보고되는 항공 안전사고와 관련해 승무원들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더욱 많이 요구한다”며, “그러나 승무원들의 지위와 처우는 책임에 비해 현저히 열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안전하게 일하며 오랫동안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편선화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여성부장은 “단순히 편안함을 위해 운동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비상상황에서 승객을 탈출시키고,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는 승무원들에게 기능성 운동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성사되고 유니폼을 변경할 계획인데,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니폼 디자인에 바지가 있는 항공사들이 예전보다 꽤 늘어난 상황이지만 근무하기에 마냥 편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승무원 B 씨는 “유니폼에 바지가 있지만 딱 붙어 몸매 라인이 다 드러나는 디자인에, 밝은색이어서 오염에도 약해 바지를 잘 안 입게 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해외 항공사, 하이힐 대신 운동화 허용…넉넉한 재킷에 바지까지
좁은 핏의 치마와 바지, 구두를 착용하는 게 보편적인 국내 항공사들과 달리 해외 항공사들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가항공사 ‘스카이업’은 이미 지난 2021년 기존 치마와 블라우스 대신 넉넉한 재킷과 바지를 도입하고 하이힐을 운동화로 교체한 바 있다. 스카이업의 한 승무원은 "자신의 동료 대부분이 구두 착용으로 발톱과 발가락이 망가져서 병원을 찾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긴급 상황에서 비상문을 신속하게 열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화장 의무를 폐지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일부 항공사들이 변화에 나서고 있다. 운동화 착용을 허용한 국내 저가 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은 ‘젠더리스 유니폼’을 선보이며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에어로케이 승무원 유니폼은 기존 유니폼과 달리 편한 상의에 통기성이 좋은 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이스타항공은 올해부터 유니폼 재킷 대신 카디건을 정복으로 착용하는 것을 허용했고, 제주항공은 앞서 2018년부터 승무원 안경 착용과 어피헤어 대신 포니테일을 허용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항공사 대부분은 운동화 착용이 어려운 상황이라 더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이스타항공, 채용서 국내 항공사 최초 자체 체력시험 진행
승무원 채용 환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이 국내 최초로 직접 자체 체력시험을 치른다고 밝힌 것. 대부분 항공사는 현재 국민체력100 인증서를 제출하는 등 채용 과정에서 외부 기관에 체력 검정을 맡기는 형식으로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국내 항공사들의 기존 채용 방식은 어린 나이와 외형적인 이미지를 가꾸는 데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며, “승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게 체력인데, 이를 (따로) 검증하지 않다 보니 입사 후 얼마되지 않아 퇴사하는 직원이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무원은 비상 탈출이 필요할 때 승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기내 난동 승객 제압할 수 있어야 하는 등 기본적인 체력 검증과 암리치, 목소리 크기 점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채용에서 자체 체력시험을 도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은 오는 2027년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신규 유니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의 요구가 반영돼 유니폼이 제작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igh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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