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유기준] 웃는 토끼, 그리고 송지호 작가의 행복한 그림

전국 입력 2025-05-17 00:36:43 수정 2025-05-17 00:36:43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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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토끼를 그리는 화가, 송지호 작가의 그림 앞에 서면 절로 미소가 번진다. 그의 그림 속 토끼는 단지 귀엽고 익살스러운 동물이 아니다. 말없이 무언가를 전하는 표정, 바라보는 이의 감정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눈빛, 담담하면서도 다정한 존재감이 담겨 있다. 그 속엔 작가가 살아온 시간과 사랑,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토끼를 그려온 작가는 아니다. 오랜 시간 한국화의 전통 속에서 나무와 풍경을 주제로 작업해온 그는, 사계절의 흐름을 응시하며 조용히 일상을 담아냈다. 정적인 화면 속에 시간을 응축하듯 그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토끼’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변화의 이유는 따뜻하고 분명했다. 1975년생 토끼띠인 그는, 딸 또한 토끼띠로 태어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토끼 같은 딸을 바라보며 시작된 애정과 보호의 감정은 그림으로 옮겨졌고, 처음엔 딸을 위한 작은 그림에서 시작된 토끼는 어느새 작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주제가 되었다.
이 변화 속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그림이 사람들과 진짜로 소통할 수 있을까?” 그리고는 답을 찾았다.
“지금은 편한 그림이 좋아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웃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그림이요.”

그의 토끼는 그렇게 탄생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 조용히 미소 짓는 눈빛, 때론 관람객을 대신해 감정을 느끼는 듯한 표정. 토끼는 이제 송지호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

이후 그의 그림은 방송을 통해 대중과 더욱 가까워졌다. 한 드라마에 작품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그림 속 토끼는 주인공의 성격을 상징하듯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이 경험 이후 사람들은 그를 ‘토끼 화가’라 불렀고, 그것은 작가가 대중과 연결된 새로운 이름이 되었다.

현재 송지호 작가는 전북 진안에 위치한 가위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3일까지 이어지며, 다양한 토끼 그림들을 통해 그가 품어온 감정과 사유를 느낄 수 있다. 자연, 가족, 일상을 이미지로 옮겨온 작가의 시선이 조용히 관람객을 감싼다.

또한 오는 5월 22일부터 25일까지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조형아트서울(조형아트쇼)’에 참여해 도시의 관람객과도 만날 예정이다. 그의 토끼들이 보다 넓은 무대에서 어떤 교감을 이어갈지 기대를 모은다.

송 작가의 그림 뒤에는 언제나 따뜻한 가족이 있다. 토끼 같은 딸,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아내.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림 속 토끼들이 웃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작가가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송지호 작가의 토끼가 우리 곁에 오래 머물며, 더 많은 웃음과 따뜻함을 전해주기를 기대해본다.

▲ 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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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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