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유기준] 민화, 시대를 넘나드는 예술 그리고 민화의 삶을 사는 손유영 작가

전국 입력 2025-04-19 15:15:17 수정 2025-04-19 15:15:17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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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민화(民畵)는 조선 시대 서민들이 그린 그림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강한 상징성이 특징이다. 신분과 관계없이 누구나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었던 민화는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당시 사람들의 정서와 바람을 담아낸 생활 속 예술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민화는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주목받으며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고 있다.

민화의 독특한 매력은 대담한 색채와 친근한 주제에 있다. 예를 들어,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까치호랑이'는 권위를 풍자하면서도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물고기와 게를 그린 어해도(魚蟹圖)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다양한 자연 요소와 동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 민화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힌다. 이러한 요소들은 당시 서민들의 현실적인 바람과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오늘날 민화는 단순한 전통 그림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특히 민화 작가 손유영은 전통적인 기법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색감과 구도를 더하며 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손 작가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감성에 맞춘 민화를 창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민화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 방식과 현대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손유영 작가는 민화가 단순히 전통 미술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진화하는 예술임을 강조한다. 그는 “민화는 과거의 유산이지만, 현대적인 감각과 조화를 이룰 때 더욱 빛을 발한다”고 말하며,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시도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화는 단순한 장식용 그림이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는 살아 있는 예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손유영 작가는 국내외 전시를 통해 민화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도 민화를 친숙하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민화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내는 데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작가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전통이 견고하게 흐르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고루하거나 낡은 감성으로 멈춰 있지 않다. 오히려 민화라는 오래된 언어에 현대적인 호흡을 불어넣는 그녀의 시도는 늘 신선하고 반갑다.

이러한 작가의 철학은 그가 이끄는 민화 단체 ‘담소회’의 활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는 5월 7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는 담소회의 두 번째 회원전은 전통과 창작을 고루 아우르는 다채로운 작업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민화가 지닌 상징성과 장식미를 기반으로, 각기 다른 작가들이 구현한 창작의 스펙트럼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볼거리다.
특히 단체로 준비한 ‘베갯모’ 작품은 놓치면 아쉬운 공동 작업으로, 민화의 집단 창작이라는 새로운 시도 속에서 손유영 작가 특유의 따뜻한 기획력이 빛을 발한다. 손 작가는 “언제나 화기애애한 화실 분위기만큼이나 도란도란 행복이 가득한 전시가 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번 전시는 각 회원들이 구현해낸 작품세계가 저마다 다채롭고 뚜렷하여, 현대 민화의 흐름을 짚어보기에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민화는 과거의 그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시선’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담소회 전시는 민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잇는 생생한 현장이 될 것이다.

▲ 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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