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차입매수’ 오스템임플란트 순익 급감에도 ‘1000억 배당’
경제·산업
입력 2025-04-08 16:54:29
수정 2025-04-08 16:54:29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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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티스트리’ 배당 1000억 중 900억 수령해
당기순익 1600억→500억 경영 능력 의구심

현금창출력이 위축되고 차입금이 급증하는 등 경영사정이 악화됐는데도 대주주로서 투자금 회수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MBK 고위인사들이 오스템임플란트 이사회에 참여하는 점을 근거로 MBK식 단기 이익회수의 부작용이 또 다시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1001억원 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6만8500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는데 2023년 2월 MBK가 오스템임플란트를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한 이래 처음 집행한 배당이다. 이에 따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이자 지분 83.6%(130만220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892억원을 수령했다.
MBK는 2023년 1월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하기 위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컨소시엄은 자기자금 4250억원 이외에도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차입해 M&A 자금을 마련했다. 홈플러스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MBK식 차입매수 방식으로 알짜기업을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매수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같은 해 8월 상장폐지를 단행했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는 MBK 고위인사들이 주요 임원 직위를 꿰찼다. 약 20개사 등기임원을 겸직해 논란을 빚은 김광일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이진하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MBK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이인경 부사장 역시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직후인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감사로 재임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뿐 아니라 오스템임플란트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이사회 산하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 직책도 맡았다. 윤리경영위는 임직원 윤리교육, 부정행위 감독기능 강화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방점을 찍은 기구다. MBK 이진하 부사장 역시 기타비상무이사로 투자심의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이번 배당 지급이 MBK의 과도한 투자금 회수 시도와 맞닿아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는 와중에 거액의 현금을 배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35억원으로 인수 원년인 2023년 1599억원과 견줘 66.5%(1064억원) 급감했다. 순이익률 역시 4.1%로 2023년 13.2% 대비 9.1%포인트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428억원에서 1618억원으로 33.4%(810억원) 줄었다.
순이익이 급격히 위축됐는데도 1000억원 규모 배당을 집행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의 현금배당성향은 189.9%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은 2014년부터 10년간 평균 27.2%로 집계됐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배당성향은 이보다 162.7%포인트나 높다. 시장 평균치와 견줘봐도 지나치게 배당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본업의 현금창출력 약화를 외면한 채 MBK가 피인수기업 ‘자산 빼내기’에 몰두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인수 첫해인 2023년 2221억원에서 지난해 1044억원으로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의 총차입금은 작년 말 637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MBK가 인수하기 직전 시점인 2022년 말 4017억원과 비교하면 2년새 58.6%(2355억원) 불어났다. 전체 차입잔액 6300여억원 가운데 60%(3824억원)를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중장기 성장동력 육성 노력은 소홀히 한 채 단기이익 창출에 골몰하는 사모펀드의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1일 펴낸 ‘사모펀드의 경영차여 확대로 부각되는 신용도 점검 항목’ 보고서를 통해 “배당, 자산매각 등 과도한 투자이익 회수는 단기적으로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이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궁극적으로 ‘루즈-루즈(Lose-Lose)’ 관계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MBK가 인수한 기업에서 과도한 배당을 통한 현금 유출은 오스템임플란트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구강스캐터 솔루션 업체 메디트의 경우 지난해 899억원을 배당했고 대부분이 MBK가 설립한 SPC로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다이닝브랜즈그룹)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배당 4582억원을 MBK가 최대주주로 있는 모회사 글로벌고메이시스(GSS)에 지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피인수기업의 장기적 사업경쟁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투자금 단기 회수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MBK 고위 인사가 오스템임플란트 이사회에도 포진한 구조를 감안하면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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