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거지방vs명품 오픈런·호캉스 열풍…커져만 가는 소비양극화
거지방, 소비지출·행태·절약방법·테크 정보공유 나눠
MZ세대 플렉스 문화…트렌드 변화 흐름 보여
K-POP 앰버서더…또 다른 소비문화로 정착
전문가 "건전소비 붕괴·사회박탈감 조성할 수 있어"

“거하~ (거지 하이)”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지난 2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일명 ‘거지방’을 검색해 입장하니 회원들이 이렇게 반겨주었다. 채팅방 참여자는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천명단위까지 있었다. 대부분 익명 단위로 진행되며 하루 소비 지출을 올리면 이를 보고 채팅방에 있는 참여자들이 반응을 해준다. 대부분 재미삼아 진행되긴 하지만, 이들의 소비 행태는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한다. 또 이곳에서는 주로 하루에 돈을 얼마나 안 썼는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 공유가 되고 있었다.
취재진이 ‘사회초년생 절약 방법’에 대해 묻자 통신비, 쇼핑, 식비 등을 추천해줬다. 배달음식 대신 저녁만큼이라도 직접 만들어 먹고, 자취를 할 경우 생필품이나 반찬들을 본가에서 가져오라는 조언을 받았다.

채팅방마다 규칙도 정해 있었다. 한 채팅방에는 유료 이모티콘 사용을 금지해 무료 이모티콘이나 직접 그려 쓰는 이모티콘만 이용 가능했다. 소비를 할 경우 멤버 3명 이상의 승인 시 구매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모든 채팅방에서 테크, 절약, 주식 꿀팁이 있으면 서로 공유했다.
한 거지방 참여자는 “자취러로서 초반 궁핍의 끝을 맛본 다음 거지방에 들어오게 됐다”며 여기(거지방)에 들어온 이후 내 소비에 대해 반성할 수 있게 돼서 좋다”라고 답변했다. 또 “다들 아끼는 모습을 보고 배울 점은 배우고 여러가지 정보도 가끔 공유 해주실 때 참고해서 도움받을 때도 있다”고 말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 “FLEX해버리지 뭐”…명품·호캉스 스케일 커져가는 MZ세대 플렉스 문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플렉스 문화’가 자리 잡았다. SNS를 중심으로 ‘보여주기식’ 문화가 확산되며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앞 텐트를 쳐 놓고 전날부터 줄을 서는 것을 시작으로 하룻밤에 백만원대 스위트룸에서 즐기는 ‘호캉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귀족스포츠라고 불리며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골프에서 이제는 테니스와 승마로 옮겨가며 플렉스 문화도 트렌드를 따라가는 추세다.
지난주 1박에 최저 30만원, 최대 200만원을 호가하는 부산의 한 고급호텔에 다녀온 이용객은 “한번 갔다 오면 그 달 지출엔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가서 사진도 많이 찍어 SNS에서 업로드하는데 약간의 보여주기식용도 없진 않아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 10·20대까지 명품 소비 관심 가져…이유는?

최근 주목할 점은 1,20대가 명품 소비층으로 새롭게 떠올랐다는 점이다. K-pop 아티스트들이 해외 유명 명품 엠버서더로 대거 발탁되며 이들의 주 소비층인 1,20대에게까지 디토소비('나도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자신의 취향 또는 가치관과 비슷한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뜻함) 문화에 따라 ‘명품’ 업계까지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샤넬’의 엠버서더로,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미우미우’의 엠버서더로 발탁된 후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가 아이돌을 앰버서더로 잇달아 발탁하고 있는 이유는 명품 시장의 주요 소비자들이 MZ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제작년 1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세계 명품 소비의 80%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이 명품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엔터 업계측은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탁되면 아티스트 이미지가 이전보다 고급스럽게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소속사에서도 앰버서더 선정을 위해 공식 석상과 공항 패션 등에서 의도적으로 특정 명품 브랜드 의상을 착용하며 해당 브랜드와의 협업 가능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 “중학생 명품 브이로그”…아이돌 엠버서더 때문이다 vs 부럽다 반응 엇갈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k-pop 문화 주 소비층인 1,20대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선 이런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칫 10대들에게 형편에 맞지 않는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선 ‘10대 명품 브이로그’라는 이름의 유튜브 영상들이 인기를 끈다. 해당 영상에는 중학생이 루이비통 가방·팔찌, 디올 지갑, 샤넬 립스틱 등을 구매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은 조회수 60만회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영상을 접한 한 누리꾼은 “요즘 K팝 아이돌들이 다 명품 앰버서더가 돼서 중고등학생들이 명품에 대한 열망이 있더라”고 비판적으로 보는 댓글도 있었으나 “자괴감 든다, 축복받은 집이다” 등 부러움을 토로하는 반응도 많았다.
최근 유·아동 시장에는 ‘텐포켓(10Pockets)’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출산으로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부모를 비롯한 조부모, 이모, 삼촌 등 10명가량의 주머니가 열린다는 의미다. 특히 적은 자녀 수에 이왕이면 좋은 것을 해주려는 마음이 커지며 프리미엄 키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명품 시장도 발 빠르게 따라가려는 추세다. 2022년 3월 국내 최초 베이비 디올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6월엔 펜디 키즈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실제 한국은 중국, 터키에 이어 세계에서 1인당 어린이 명품 의류 지출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3개국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패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사치스러운 소비 문화에 익숙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 기준이 점점 높아지게 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아직 자아 정체성이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아동이나 10대들의 경우 명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하거나 왜곡된 가치관을 가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아이돌 명품 홍보대사의 경우 지나친 광고와 마케팅은 지양하고 이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성숙한 소비를 장려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해 나가는 것도 앞으로 기업들의 역할이자 의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깊어 가는 소비 양극화, 근본적 대안 없을까?

문제는 소비행태가 자신의 금전 상황에 맞지 않아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의 '2023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0대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3,278건으로 전년 대비 45.3% 증가했다.
이에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양극화의 근본적 원인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며 “이를 위해 올바른 소비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운영 및 개인과 정부, 시민사회가 협력해 소비습관을 개선하고, 정책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제작년 7월 기준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인구는 44만 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만 2,000명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도 소폭 상승한 상황.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3.8%로 전년 동월 대비 0.5%p 상승했다. 양극단에 치우친 MZ세대의 소비 양극화 문제는 젊은 세대의 건전한 소비 문화를 붕괴시키고, 사회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소비 트렌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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