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특례 상장…"제도 보완이 우선"

금융·증권 입력 2025-05-28 15:04:03 수정 2025-05-28 15:04:03 김보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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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AI 기업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추진
기술 특례 상장사 70% 시가총액 감소
공모가 대비 주가 10분의 1토막 종목도 다수


[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상장 문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기술특례 상장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대체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개미들의 무덤'이 더욱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AI 기업 육성을 위해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제도를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AI 기업들이 상장 후 투자 자금을 보다 수월하게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재무 성과가 부족한 AI 기업이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만으로 증권시장에 상장해 투자를 유치받을 수 있도록 또 다른 '특례상장요건'을 추가한단 계획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른바 면밀한 '옥석 가리기'가 전제돼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고 있는 파두를 포함해 최근 10년 동안(2005∼2024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70% 이상 시가총액이 상장일 당시보다 쪼그라든 상태다. 주가가 90% 이상 빠지면서 시가총액이 10분의 1로 급감한 종목들도 상당수다.

일반적으로 증시(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기 위해선 회사가 자기자본,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자기자본이익률, 기준시가총액 등 재무 성과와 외부 감사인의 감사 의견 '적정' 등 외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다만 증권사가 성장성을 기준으로 추천하는 성장성 특례 등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할 경우 이같은 충족 요건이 완화된다. 재무제표상 적자라도 상장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248개사가 이 제도를 통해 우리 주식 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후 대다수 기업의 실적은 좋지 않다. 상장 폐지된 3개사를 제외한 245개사 가운데 172개사(70.2%)가 상장일 당시보다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기술특례 상장 당시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공모가 3만10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의 전일 종가는 1만630원이다. 공모가를 65.7% 하회하는 수준. 지난해 영업 적자액은 950억원에 달해 '뻥튀기 상장' 논란의 중심에 있다. 

리보핵산(RNA) 치료제 및 재생의료 전문기업인 올리패스도 결은 비슷하다. 공모가 2만원에서 1651원(주권매매거래 정지 전 기준)까지 추락했다. 상장 당시 3441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90억원으로 97.4%가 빠진 상황이다. 현재 해당 회사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 정지 중이다. 

또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인 에스씨엠생명과학(1만7000원→836원)과 유틸렉스(5만원→1314원), 지놈앤컴퍼니(4만원→2550원)의 주가 역시 공모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재무 상태도 상장 당시 장밋빛 전망과 거리가 멀다. 이 가운데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회사는 208개사(84.9%)로 집계됐고, 상장한 지 10년이 지난 기업(15개사) 가운데 영업 적자를 기록한 회사는 무려 80%(12개사)에 달한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경우 상장 후 5년간 매출 요건이 유예되나 이후에도 채우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된다. 투자자들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현재 상장 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셀리버리, 유네코,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샘코) 등 3개사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알맹이없이 다짐만 드러낸 한국거래소의 AI기업 맞춤형 상장제도는 유력한 대선 후보 공약에 맞춘 포퓰리즘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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