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누구길래"…작년 경마상금 휩쓴 스타마의 부마는
2022년 리딩사이어에 ‘머스킷맨’ 등극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지난해 가장 빛나는 한 해를 보낸 경주마는 아마 ‘위너스맨’일 것이다. 부산경남의 스타 ‘위너스맨’은 장거리 강자를 뽑는 2022 스테이어(Stayer) 시리즈를 석권한데 이어 해외 강자들이 원정 출전한 코리아컵(IG3) 국제경주에서도 국산마로서 당당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여기에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랑프리(G1) 대상경주까지 섭렵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준 ‘위너스맨’은 작년 ‘연도대표마’와 ‘최우수 국내산마’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돋보인 경주마를 꼽아본다면 아마 ‘라온퍼스트’일 것이다. ‘라온퍼스트’는 작년 1월 세계일보배(L)를 시작으로 뚝섬배(G2) 등 각종 대상경주를 재패한 것은 물론, 국산마 중 최강자를 가리는 대통령배(G1)에서 암말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경마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각 경마장을 대표하는 ‘위너스맨’과 ‘라온퍼스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들에게 모두 ‘머스킷맨’이라는 씨수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 두 경주마는 아버지가 같은 이복남매지간이다. 2006년 미국에서 태어난 ‘머스킷맨’은 은퇴 후 본국에서 씨수말로서 활동하다가 2016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자마들이 2019년부터 줄줄이 데뷔를 시작하여 현재 각종 경주를 휩쓸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데뷔한 ‘라온퍼스트’와 ‘위너스맨’은 지난해 약 13억원, 20억원의 상금을 수득했고, 2021년에 데뷔한 ‘라온더스퍼트’도 작년 서울 경주마 중 상금 순위 4위에 랭크될 정도로 두각을 보였다.
머스킷맨의 대표자마 라온퍼스트. [사진=한국마사회]
◇청출어람 자식들 덕에 ‘억’ 소리 나는 수득상금
자식들의 활약 덕분에 ‘머스킷맨’은 단숨에 2022년도 리딩사이어로 등극했다. 리딩사이어(Leading sire)란 해당 연도 최고의 씨수말을 뜻하며, 자마(子馬)들이 경주에서 획득한 상금을 집계해 최고 수득상금을 올린 씨수말이 리딩사이어의 영예를 안게 된다.
‘머스킷맨’은 총 57마리의 자마가 지난 해 304회 출전해 총 56번의 우승을 따냈고, 그 결과 자마들이 수득한 총상금은 약 64억6,000만원으로 2022 씨수말 순위 2위 ‘카우보이칼’의 약 57억5,000만원 대비 7억 이상 많았다.
더욱 대단한 것은 출전두당 평균상금이 1억1,000만원대일 정도로 다른 순위권 씨수말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는 것이다. ‘머스킷맨’은 국내 씨수말로 데뷔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활동하는 자마가 많진 않지만, 상금이 높은 최고등급 경주에서 우승할 정도로 뛰어난 경주마들을 많이 배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스킷맨’이 계속해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마들을 배출해낸다면, 앞으로 총수득상금은 계속 상승할 수 있다. 이렇게 자마들의 성적이 좋으면, 부마(父馬)의 가치가 상승해 암말과의 교배료 또한 올라간다. 실제 ‘머스킷맨’의 교배료는 300만원에서 시작해서 지난해엔 1,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뛰었고, 교배횟수도 151번으로 가장 많았다.

머스킷맨의 대표자마 위너스맨. [사진=한국마사회]
◇상상을 초월하는 해외 경마 산업
해외 리딩사이어 사례를 살펴보자. 2022년 북미 기준 총 수득상금이 가장 높은 씨수말 챔피언은 미국의 ‘인투미스치프(Into Mischief)’였는데, 총 473두의 자마가 출전해 235두가 우승, 약 2,811만달러(347억원)의 상금을 쓸어 모았다.
‘인투미스치프’는 1960년대 이후 북미에서 처음으로 4년 연속 리딩사이어 타이틀을 딴 첫 번째 말이다. 이 ‘넘사벽’ 씨수말의 대표 자마는 ‘라이프이즈굿(Life is Good)’으로, 작년 1월 페가수스월드컵(IG1)에서 미국 연도대표마(21년) ‘닉스고’(한국마사회 소속)를 꺾고 우승한 바 있다.
이러한 명마들의 활약 덕분에 ‘인투미스치프’의 올해 교배료는 약 25만달러(3억원)에 책정됐다. 국내 교배 시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액수다. 그만큼 경마선진국에서는 자마들이 높은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최고권위의 경주들이 많이 열리고, 이와 연관된 말산업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말협의회(American Horse Council) 통계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 대한 말산업의 총 기여도는 약 500억달러이며, 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약 1,220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작년 페가수스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한국의 ‘닉스고’는 지난해 씨수말로 데뷔하며 북미 상위 3%에 해당되는 3만 달러(약 3,700만 원)에 교배료를 책정 받았는데, 이 금액은 앞으로 태어날 자마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급격히 변할 수 있다.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태어난 ‘닉스고’의 첫 자마를 필두로 올해 태어날 자마들이 경주마로 첫 데뷔하는 2025년 이후 ‘닉스고’의 교배료 역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혈통의 스포츠 경마…“좋은 유전자 가진 명마 지속 배출 필요”
경주마 교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다. 우수한 DNA를 물려받은 ‘금수저’ 경주마가 더 잘 뛸 확률이 높기 때문. 따라서 말산업의 수준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바로 우수한 혈통의 씨수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씨수말의 가격은 한 두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민간에서 직접 도입하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한국마사회는 세계적 수준의 국산마 생산과 이를 통한 국내 말산업 수준 향상을 위해 해외 우수한 씨수말을 수입해 국내 생산농가에 무상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교배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주목장에서 활약 중인 ‘한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씨수말 중 하나인 ‘태핏(Tapit)’의 혈통으로, 국내 씨수말로 활동하며 2020년도 리딩사이어에 오를 정도로 우수한 자마들을 생산했다.
작년에 ‘한센’은 약 73두의 교배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해외 챔피언에 오른 ‘닉스고’도 올해 국내 생산농가 씨암말 10두를 대상으로 약 2,000만원에 해당하는 닉스고의 미국 현지 교배권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씨수말의 전설로 통하는 ‘메니피’의 경우, 2006년 한국마사회가 국산마 품질 향상을 위해 37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들여와 ‘경부대로’, ‘파워블레이드’와 같은 명마를 탄생시켰다. 2019년에 은퇴했지만 다년간 리딩사이어로 이름을 날리며 한국경마의 수준을 높인 씨수말이었고, 2021년에도 리딩사이어에 오를 정도로 자마들이 그의 사후에도 맹활약 중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머스킷맨과 같은 우수한 씨수말 덕분에 우리 국산마의 능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경주마 배출을 통해 국내 말산업 수준을 제고하여 ‘닉스고’처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국산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생산농가의 안정적 경영기반 구축과 소득향상을 지원할 수 있도록 우수 경주마 생산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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