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규제만 합니까? 공급대책도 내놓으세요”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의 한 임대주택에 사는 입주민은 서울 집값 폭등 얘기가 나올 때 마다 다른 세상일 같다고 한다.
그는 “지금 사는 집은 1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고 월세도 주변시세보다 싸다”면서 “주거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꼭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것만 아니면 수도권 임대주택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는 “집 없는 서민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임대주택 확대론자다.
임대주택 확대 목소리는 쭉 있어왔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자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엔 민간에서 공급하는 아파트가 서민이 감당하기엔 버겁기 때문.
일단 정부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추가규제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두고 무주택 서민들은 지금보다 집값이 싸질 것이라 환영하는 반면, 건설업계나 재건축 추진 단지에선 분양가 규제가 수익을 낮출 수 있어 불만이다.
민간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 정말 집값이 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9월 시행돼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말 사실상 폐지됐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KB부동산이 제공하는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확인해보니 이 시기 서울 아파트값은 1.29% 내렸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급락한 요인이 크다. 실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은 4.12% 하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만큼 집값 안정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 예단하기 힘들다.
일부에선 재건축 추진단지가 많은 서울 강남권에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당장 집값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재건축업계에선 현재 강남 재건축 사업의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20∼30% 이상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강남발 집값 하락은 강북, 수도권 등 인근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도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장기적으로 민간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줄여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의 계산만큼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면 사업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분담금도 늘어날 수 있다. 건설사들도 마찬가지 논리다. 수익 없는 사업에 손을 떼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이유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양날의 칼날’처럼 함께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강남의 고가 재건축 아파트들이 신축 공급되지 못한다고 해서 서민들이 주택난을 겪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연쇄적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되면 결국 서민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더욱 서민용 주택공급을 늘여주는 정책도 함께 내놓아 불안감을 희석시켜줄 필요가 있다.
3기 신도시에 더해 도심 곳곳에 신혼부부 등 주거 약자들을 위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 공급하는 싱가포르형 임대주택 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창신기자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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