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한국 인터넷은행, 방향타가 없다

[앵커]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발표가 지난 일요일 있었죠. 최소 1곳은 인가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토스와 키움 컨소시엄 두 곳 모두 탈락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당국이 원하는 인터넷 은행이 대체 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의 인터넷은행 현 주소는 어디이고 어디로가 가야 하는 건지 금융팀 이아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정부가 기대하는 인터넷은행의 역할이 뭔가요.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은행업을 주로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영위하는 은행’ 입니다. 금융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 시키기 위해서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를 내줬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존 은행권에 메기가 돼라”는 겁니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 어떤 서비스로 메기가 되라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지 2년가량이 됐죠. 이 두 인터넷은행이 하는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기존 은행들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은행은 하고 있는데, 인터넷은행이 못하고 있는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이 그런 경우죠.
[앵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서비스를 안 하는 건가요 못 하는 건가요.
[기자]
못 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은행업은 규제산업이라 보수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은 차치하고 생각하더라도, 기존 은행이 아닌 인터넷은행에만 해당하는 규제가 더 있죠. 영업점을 낼 수 없고 비대면 거래만 해야 하는 게 대표적이죠. 이렇다 보니 기업대출을 사실상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정부는 계속해서 CSS를 고도화해서 대출을 해주라고 하는데, CSS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은 또 규제로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인터넷은행에 중금리 대출을 특화해서 해주라고 하는 것도 잘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사실 중금리 대출을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보다 더 잘해줄 수 있는 건, 자본이 튼튼한 5대 은행입니다. 부실은 내면 안 되고, BIS 비율도 맞춰야 하는데, 그 와중에 싼 금리로 대출도 해주라고 하는 겁니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은행이 잘할 수 있는 혁신 분야가 아니라는 거죠.
[앵커]
미국이나 유럽 쪽도 그렇고 특히 중국 쪽에서 인터넷은행 붐이 일고 있다던데, 해외 인터넷은행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은행업을 보는 시각이 국가별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인가 조건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인터넷은행이 할 수 있는 것도 다르고, 실제로 하는 영업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19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시작한 미국의 경우, 증권이나 카드, 보험 등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이나 GM과 같은 제조업 회사가 인터넷은행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모회사인 GM의 마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자동차 딜러를 대상으로 한 기업대출을 해준다던가 오토론 특화 은행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자동차 분야에서만큼은 이 인터넷은행이 전문 금융사가 되는 겁니다. 미국에 은행이 3,000개 정도 되는데요. 가장 잘 나가는 인터넷은행 두 개사가 각각 15위, 24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잘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쪽도 비슷합니다.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IT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이끌고 있습니다. 위뱅크와 마이뱅크인데요. 물론 13억과 5,000만이라는 인구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15년에 출범한 중국의 위뱅크는 벌써 11,400만명의 고객수를 보유할 정도로 급 성장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IT기업이 인터넷은행 이끌고 있는데, 서비스에 차이가 뭔가요.
[기자]
방향성 자체가 아예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은행이 하는 서비스를 모바일로 더 편리하게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같지만 다른 은행을 표방하고 있죠. 기존 은행이 하는 모든 서비스를 같지만 다르게, 그러니까 편리하게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기존 은행 서비스에서 불편한 포인트를 고치겠다는 거죠. 물론 이것만으로도 시장에 호응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은행업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인터넷은행이 흑자를 내는 데 5년가량 걸렸던 것과 비교해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분기 출범 2년도 채 안 돼서 66억 순익을 냈습니다. 기존 은행이 보여주지 못한 서비스를 카카오뱅크가 했고,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죠. 그러나 기존 은행이 하고는 있지만 불편했던 서비스를, 카카오뱅크가 열심히 다 고치면 그 뒤에 카카오뱅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는 데는 의문이 남습니다. 결국 규제 문제인데요.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최대주주인 중국의 마이뱅크는 알리바바그룹 내 커머스 관련 고객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사업자가 커머스 거래에서 대금 납기를 얼마나 잘 지켰는지, 고객과의 신용기록은 어떤지 등등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겁니다. 정확한 CSS 고도화가 되는 거죠. 알리바바는 그룹 내 ‘즈마신용’이라는 신용평가 자회사를 두고 이 부분을 더욱 특화해 소매 신용대출 전문 은행으로 확장 중입니다.
[앵커]
사실 이런 건 인가부터 정부가 방향성을 잘 잡아줘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은행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실 자본도 많고, 노하우도 있는 기존은행이 못할 서비스가 없다는 거죠. 못한다기보다는 안 하고 있는 서비스가 더 많을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인터넷은행이 할 수 있는 혁신이라면, 기존 은행도 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거죠. 이렇다 보니 인터넷은행이 더 필요하냐는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정부는 3분기에 다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한 상황인데요. 이미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에게 왜 혁신을 안 보여주느냐고 혼만 낼 것이 아니라, 새로 등장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제 3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편집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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