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일의 인생한편 | 하이파이브] 타자와의 연대, 끝내 마주치지 못한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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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6-13 10:00:03
수정 2025-06-13 10:00:03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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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 (2025)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친구 사이의 우정을 따뜻하게 그려온 강형철 감독이 이번에는 초능력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최근 한국 영화계의 흐름에 발맞춰 감독은 초능력물에 휴먼 코미디를 결합한 ‘한국형 히어로물’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하는 듯하다.
영화 <하이파이브>(2025)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장기 이식을 받은 다섯 명의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블 영화처럼 대규모 예산으로 화려한 액션을 구현하기보다는, 일상 속 루저들의 자기 극복 서사에 방점을 찍는다.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장치를 통해 현실의 소외된 인물들이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서사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사회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인물들이다. 동네 백수, 심장병을 앓는 외로운 소녀, 우울증을 앓는 야쿠르트 아주머니, 친구들에게 버림받은 청년,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안전지상주의자까지.
영화는 이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 사회가 품고 있는 불안과 결핍을 드러내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타자와의 연대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작품의 타이틀로 타자와 손바닥을 마주치는 행위인 ‘하이파이브’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감독의 의도는 이야기의 완성도 부족으로 인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의 핵심 설정인 초능력 발현의 원인, 이식된 장기의 출처, 그리고 수술대 위 초능력자의 정체와 사연 등 중요한 정보들이 끝내 설명되지 않으면서, 관객은 극의 초반부터 서사에 몰입하기 어려워진다. 신적 능력을 지닌 인물이 왜 병원에 실려 왔는지, 그의 죽음에 얽힌 사건이 무엇인지 등등 기초적인 질문들에 영화는 끝내 답하지 않는다.

이러한 빈틈은 주인공 캐릭터의 반응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완서는 누군가 자신을 납치하려 하고, 자신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하고도,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완서라는 인물은 사고가 멈춘 것처럼 보인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그 중 어느 하나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채 애매한 지점에 머문다. 오히려 영화의 기획 의도대로 사회적 소외 계층의 연대라는 주제 의식을 더욱 정면으로 밀고 나갔다면 어땠을까? 다섯 인물 각각의 사정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그들의 상처가 상호작용 속에서 치유되는 과정이 명확하게 그려졌다면, CG나 액션이 부족하더라도 그 진심이 분명 관객에게 도달했을 것이다.
▲심우일 선문대학교 K-언어문화기업학과 강사
·선문대학교 문학이후연구소 전임연구원
·롤링스톤 코리아 영화 부문 편집위원 활동
·전주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임
·TBN 전북교통방송 프로그램 ‘차차차’ 라디오 방송 활동
·웹진 <문화 다> 편집위원 역임
·제3회 유럽단편영화제 섹션 ‘삶을 꿈꾸다 (DERAMERS)' 책임 강연
·계간지 <한국희곡> 편집위원 역임
-연극인 인터뷰 <최치언, 정범철, 김광탁 작가> 및 연극 평론
‘인생한편’은 영화평론가 심우일이 매주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삶의 질문과 여운을 찾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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